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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Marketing

8. 가격 결정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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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영역

예상 반응: "진짜 최악이네. 이따위 품질에 이런 가격을 매겨?"

높은 가격에 비해 제품·서비스 가치가 낮다고 인지하는 영역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서비스가 비싸기만 하고 제값을 못한다고 느끼게 된다. A영역을 경험한 고객은 심한 경우 '사기당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선의의 피해자를 막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제품·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바이럴을 시장에 퍼뜨릴 수 있다.


B영역

예상 반응: "아니나 다를까 했는데 역시 싼 게 비지떡이구나..."

가격이 저렴하지만 제품·서비스 가치 또한 낮다고 인지하는 영역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갖기 힘든 영역으로, 제품 경험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구조에 빠지게 된다.


C영역

예상 반응: "생각보다 너무 괜찮네. 가격도 별로 안 비싸고. 다음에 또 사야지."

가격이 저렴한 데 비해 제품·서비스 가치는 높다고 인지하는 영역이다. 싼값에 좋은 제품을 구매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흡족하다. 문제는 '높은 가치와 낮은 가격'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는가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C영역에 포지셔닝하여 성공한 사례들로는 이케아, 유니클로, 라이언에어(Ryanair)* 등이 있다.


D영역

예상 반응: "와. 역시 비싼 건 달라.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퀄리티는 진짜 확실하네."

높은 가격임에도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여 소비자가 만족하는 것은 물론, 판매 기업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가 높기 때문에 판매 이후에도 이 가치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심리요인

1) 소비자들은 가격을 품질의 중요한 지표로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비싼 제품은 비싼 값어치를 한다'라고 가정한다. 이를 품격 효과(prestige effect)라고 한다. 이는 반대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소비자들의 뇌리에는 '싼 게 비지떡이다'라는 생각이 깊숙이 박혀 있다.

위스키 브랜드인 시바스 리갈(Chivas Regal)은 경쟁이 극심해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자, 라벨과 패키지를 고급화시키고 가격을 20%가량 높였다. 위스키 자체는 동일한 제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제품 자체의 품질이 뒷받침해줄 경우,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제품의 가치를 높이면 지불용의가격도 비례해서 상승한다.

2) 불황일수록 베블런 효과는 더 강해진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가격이 곧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소비자들은 때로 우월감을 얻기 위해 과시적 성향의 소비를 하게 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흔히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한다.

특히 SNS의 발달로 경쟁적 소비와 과시를 부채질하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과시할 수 없는 제품은 극단적인 가성비를 추구하면서도 과시가 가능한 제품의 경우 비쌀수록 오히려 잘 팔리는 경향을 띤다.

고전 경제학의 '가격-수요' 관점으로는 '비쌀수록 안 팔리는 것'이 맞는데, 이제는 '비싼 덕분에 잘 팔리는 것'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는 듯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도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무려 28%나 증가했으며,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두 자릿수 이상의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불황일수록 심리적 불안감은 확산되고, 과시적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진다. 게다가 여행과 외부활동이 통제되면서 '이럴 거면 쇼핑으로라도 돈을 써야겠다'는 보복적 소비도 불이 붙어, 최근 불황의 늪에서도 오히려 베블런 효과는 강화되고 있다.

3) 희소성의 원칙은 여전히 통한다.

우리는 남들이 쉽게 가지지 못하는 희소한 것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제품의 희소성을 부각시켜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은 가장 클래식한 가격 전략 중 하나이며 여전히 유효하다.

예를 들어 에르메스 버킨백을 사기 위해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든지,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하기 위해 며칠 동안 줄을 선다든지, 연말 딱 3일 동안만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판 디자인을 출시하여 전 세계에 딱 300개만 판매하는 등 일련의 마케팅-세일즈 전략들은 제품의 희소성을 극대화한다.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도록 만들어 소비자들의 지불용의가격을 높이는 패턴이다.

4) 중간의 마법은 절대적이다.

수년 전 필자의 동생이 운영했던 망원동의 작은 카페에서는 저녁 시간만 되면 손님들이 와인을 찾았다. 처음에는 하우스 와인을 '잔'으로만 팔다가, 점차 와인을 찾는 손님이 많아져서 보틀와인을 팔기로 했다. 3만 원대 와인과 5만 원대 와인을 판매했더니 80% 이상이 3만 원대 와인만 마셨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손님들이 5만 원대 와인을 마시도록 넛지(nudge)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와인 선택지를 하나 더 늘려 8만 원, 5만 원, 3만 원 대로 와인 리스트를 구성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70% 이상이 5만 원대 와인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간값을 선택하는 건 지극히 합리적이다. 낮은 가격의 제품을 선택해서 얻게 되는 품질에 대한 리스크와 높은 가격의 제품을 선택해서 얻게 되는 과소비의 리스크를 동시에 피할 수 있는 결정이 바로 중간값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간값의 마법'을 잘 파악하여, 판매량을 늘리고 싶은 가격대를 가운데 두고 최저가와 최고가를 양쪽에 배치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5) 앵커링 효과는 알면서도 당한다.

거래 당사자들은 맨 처음 제시된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를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여기서 앵커(anchor)는 닻을 의미하는데, 항해하던 배가 닻을 떨어뜨리면 그 지점에 정박하게 되듯이, 첫 숫자가 기준점을 선점하여 당사자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준다는 것이다.

앵커링 효과에 따르면, 고객들은 처음으로 인지한 가격을 기준으로 지불용의가격의 범위를 설정한다. 자선단체에서 기부금을 요청할 때, 50달러-70달러-100달러로 제시할 때보다 100달러-250달러-1000달러로 제시하면 훨씬 더 큰 기부금이 모인다.

따라서 판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보여주는 첫 가격을 어느 수준으로 제시할 것인지, 그리고 가격을 제시할 때 어떤 순서로 제시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6) 가격의 인지는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오늘날 가격 결정 분야의 권위자들은 가격을 인지하는 행위가 뇌에서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즉, 우리는 제품을 구매하고 가격을 인식할 때 뇌를 통해 마치 바늘에 찔린 듯한 강렬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전제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신경적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통의 횟수를 줄이려면, 수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지시키고 수차례에 나누어 지불하게 하는 것보다 가격을 인지시킨 순간에 곧바로 한 번에 지불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많은 구독서비스들이 1년 단위 연간 결제를 유도하는 것 또한 매달 결제될 때 느끼는 소비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선불제를 적용한다며 음식을 먹기 전부터 가격인지와 결제의 고통을 느끼게 한 다음, 고객이 주문을 추가할 때마다 결제를 요청한다면 어떻게 될까? 고객은 정신적으로 고통과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입맛이 뚝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요즘 키즈카페, 수영장, 찜질방 같은 시설에서는 이용자들에게 손목밴드를 제공하고, 간식 등을 구매할 때 손목밴드만 결제 단말기에 찍으면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고객은 퇴장할 때 한 번만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보다 즐겁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7) 본전심리를 활용하는 가격전략은 유효하다.

일단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고 나면,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본전을 찾으려는 욕구는 생각보다 강력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본전심리를 활용한다면, 고객의 1차 구매를 활용하여 2차, 3차 소비도 연쇄적으로 이끌 수 있다.

1990년대 독일의 철도 회사인 도이치반(DB)이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혔을 때, 고심 끝에 연회비를 내야 하는 '철도카드50'이라는 카드 상품을 판매했다. 철도카드50(고정비)을 산 사람에게는 최대 50%까지 교통비(변동비)를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이 세일즈 전략을 통해 4개월 만에 무려 100만 장의 카드를 판매했고, 이후 훨씬 더 많은 독일인들이 도이치반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유명 쥬얼리 브랜드인 판도라(Pandora)도 초기에 일단 1차 구매를 일단 이끈 다음, 600가지가 넘는 판도라 참(charms)을 추가로 구매하게 유도하여 2차, 3차 구매를 이끄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초반부터 고가의 제품을 세일즈하기가 쉽지 않다면, 가격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이원화시킨 다음, 일단 고정비를 투입하게 만들고 이후 본전심리를 이끌어 변동비의 결제를 유도하는 가격 전략을 펼치는 것도 방법이다.

8) 손실회피 성향은 생각보다 강하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현재 확보하고 있는 것을 잃게 될 때 커다란 상실감을 느낀다. 반면 내가 새롭게 얻는 것에 대한 만족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예를 들어 필자가 딸에게 새해부터 용돈을 5만 원 올려주겠다고 하면 딸은 영혼 없이 '고마워'라고 하겠지만, 용돈을 5만 원 깎겠다고 했을 때 딸의 실망감은 '아빠를 바꾸고 싶을 정도'로 클 것이다.

이러한 손실회피 성향은 특히 기존 고객을 상대로 세일즈를 할 때 각별히 유념해야 하는 부분이다. 기존 고객이 이때까지 적용받아온 혜택이나 할인율을 갑자기 없애거나 줄인다고 할 때, 고객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상실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9) 9의 법칙을 고려하라.

가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9900원, 99만 원, 즉 9의 법칙이다.

온라인에서 보는 거의 모든 서비스 구독료의 가격은 900원으로 끝나고, 패스트푸드점의 세트메뉴 가격도 대부분 900원으로 끝난다. 핸드폰 요금제도 59요금제, 69요금제, 79요금제 등으로 정해지고, 자동차 가격도 뒷자리가 90만 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신경심리학자들은 사람이 숫자를 인식할 때 가장 왼편에 있는 숫자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9999원과 1만 원은 1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둘을 비교할 때 9999원은 1만 원으로 인식되는 대신 '9천 얼마' 정도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소비자들이 첫 번째 제시되는 숫자 오른쪽에 있는 숫자를 과소평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9의 법칙을 잘 활용하면 심리적인 저항선을 낮추면서도 실리를 취할 수 있다.

10) 고객의 돈이 어떤 마음계좌에서 나오는지 확인하라.

정신적 회계이론(mental accounting)을 발전시킨 리처드 탈러 교수는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각기 다른 마음의 계좌에서 대금을 지급한다'라고 주장한다. 즉, 휴가, 취미, 자동차, 효도, 자기계발, 아이, 기부, 투자, 부동산, 건강 등 각기 구분된 마음계좌별로 예산을 짜고 소비를 계획하며 지출 수준을 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50만 원짜리 자전거를 구매하는 상황이라고 치자. 자신의 마음계좌 중 취미계좌에서 지급되는지, 건강계좌에서 지급되는지, 선물계좌에서 지급되는지, 비즈니스 계좌에서 지급되는지에 따라 지급 금액의 한계가 달라지며, 가격 민감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마케팅과 세일즈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카테고리의 욕망을 부각시키느냐, 고객의 마음계좌 중 어떤 영역을 공략할 것인가에 따라 심리적 저항 정도와 가격 민감도에 큰 차이가 있을 테니.


Source: 노아노마드 제로백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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